본 연구소가 정리한 법제처 법령해석례 230건 가운데 위탁의 가부와 근거가 직접 다투어진 13건을 골라 회신과 이유를 대조하였음. 물음은 하나임 — 법제처는 무엇을 근거로 「맡길 수 있다」와 「맡길 수 없다」를 가르는가.
개별 사안의 결론은 적용 법령에 따라 갈리지만 이유에 적힌 논증의 순서는 반복되어 나타남. 정독한 13건 중 결론이 부정인 것이 8건이며, 그 사유는 근거 조문의 부재나 오인, 사무의 성질, 권한의 재이전 셋으로 나뉨. 해석례별 이유의 대조와 실무의 확인 순서는 첨부한 보고서(25쪽)에 있음.
검토의 대상
자료는 두 층위로 구성됨. 하나는 법제처 법령해석례에서 위탁·위임·대행이 쟁점이 된 사안을 추려 정리한 230건의 목록이고, 다른 하나는 그 가운데 위탁의 가부와 근거가 다투어진 13건의 발췌임. 앞의 것은 집계에, 뒤의 것은 논증의 대조에 사용하였음.
230건의 쟁점 표기에서 인용된 법령명을 집계한 결과 서로 다른 157개 법령이 확인되었고, 그 가운데 111개는 단 1회만 나타났음. 최다인 지방자치법도 20건(8.7%)에 그치며, 위탁의 일반 규정에 해당하는 지방자치법과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을 합하여도 13.9%임. 위탁의 근거가 개별 법령에 흩어져 있는 구조가 질의의 분포에 그대로 드러남.
회신 시기로 보면 구성의 변화도 확인됨. 기간이 다르므로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대행 쟁점이 1.9건에서 4.6건으로 늘어 2020년 이후 위탁 쟁점과 거의 같은 규모가 되었고, 위임 쟁점은 줄었음. 다만 이는 법제처에 접수된 질의의 구성이지 실무에서 각 방식이 쓰이는 빈도가 아니므로, 대행의 판단 기준이 정립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는 편이 온당함.
반복되는 다섯 명제
회신 연도가 15년 넘게 떨어져 있는 사안들 사이에서도 이유에 반복하여 적히는 명제가 다섯 있음.
| 구분 | 출처 | 내용 |
|---|---|---|
| 권한 주체의 변경 | 11-0005 · 16-0131 | 권한 주체를 변경하려면 그 근거를 법령에 두어야 함 |
| 예외성 | 13-0417 · 17-0092 | 직접 처리가 원칙이고 위탁·대행은 예외이므로 확대해석이 허용되지 아니함 |
| 근거의 명시성 | 24-0055 · 08-0158 | 근거는 개별적이고 명시적이어야 함 |
| 사무의 성질 | 15-0730 · 11-0005 | 재량적 판단이나 규제적 효과를 수반하는 사무는 대상이 되지 아니함 |
| 입법례 | 23-0049 | 수탁자와 위탁사무를 법령에 직접 명시하는 것이 일반적인 입법례임 |
첫째 명제는 법제처가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대법원 2000. 11. 10. 선고 2000추36 판결에서 확인된 것이며 16-0131이 이를 인용함. 근거를 요구하는 이유는 절차의 형식에 있지 아니함 — 사인은 국민에 대하여 정치적·법적 책임을 지지 아니하므로 그 사인을 사무의 주체로 만드는 결정 자체가 입법자의 몫이라는 것임.
근거로 오인되는 조문
부정 사안 8건 중 3건이 근거가 아닌 조문을 근거로 삼은 유형임. 근거 조문이 없다는 사실보다 실무에서 더 자주 나타나는 문제임.
| 구분 | 사례 | 근거가 되지 아니하는 이유 |
|---|---|---|
| 사무 수행을 허용하는 규정 | 「도로법」 제37조 (24-0055) |
직접 수행하지 아니하고 이해관계인이 하게 하는 취지일 뿐 행위주체를 변경하지 아니함 |
| 수탁을 가능하게 하는 규정 | 「한국국방연구원법」 제6조제6호 (08-0158) |
받는 쪽의 사업 범위를 정할 뿐 맡기는 쪽의 권한을 옮기지 아니함 |
| 일반적 근거 규정 | 위임위탁규정 제11조제1항 |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라고 하므로 별도의 개별 근거를 전제함 |
24-0055는 판단 대상을 한정하였음.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이나 「국유재산법」 제29조에 따른 관리위탁으로 맡길 수 있는지는 판단하지 아니하였음. 특정 조문이 근거가 되지 아니한다는 회신을 해당 사무를 어떤 방법으로도 맡길 수 없다는 결론으로 읽어서는 아니 됨.
사무의 성질에 관한 기준
근거 조문이 있어도 모든 사무를 맡길 수 있는 것은 아님. 법령은 대상 사무를 「조사·검사·검정·관리 업무 등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계되지 아니하는 사무」로 한정하고 있고, 법제처가 실제로 사용한 지표를 나란히 놓으면 하나의 축이 드러남 — 결정하는 행위인지 실행하는 행위인지임.
행정대집행에서 그 축이 조문의 배치로 확인됨(23-0049). 「행정대집행법」은 계고·영장 통지(제3조)와 비용징수(제6조)를 행정청만의 권한으로 정하고, 실행행위(제4조제1항)에서만 제3자를 괄호로 포함시킴. 법제처는 이를 「실행행위 과정에 한정하여 제3자를 예외적으로 포함」한 것으로 읽어, 대집행 절차 사무의 민간위탁을 부정하였음.
기준적합업소 지정 사안에서는 이름이 아니라 효과가 기준이 되었음(11-0005). 사무의 표제는 「권장」이었으나 평가·판정과 지정, 우대조치가 결합되면 사업자는 기준을 따르지 아니할 수 없게 되므로 사실상 규제를 가하는 사무의 성질을 가진다고 보았음. 인증·평가·등급 부여가 결합된 사무를 위탁할 때 확인하여야 할 사항임.
공립유치원 사안은 법령이 설립주체와 운영주체를 동일하게 예정한 경우임(17-0687). 교육 관련 법령이 학교를 설립주체에 따라 구분하고 공립유치원 교원에게 교육공무원의 신분을 부여한 점을 들어, 명문의 근거 없이 설립과 운영을 분리하는 해석은 「허용될 수 없는 확장해석」이라고 하였음. 반면 공공보건의료기관은 운영방식을 직영으로 한정한 규정이 없어 위탁운영이 전제된 상태에서 공유재산의 무상대부가 인정되었음(16-0222).
재위탁과 대행
이미 옮겨진 권한을 다시 옮기는 것은 그 형태를 불문하고 별도의 법령상 근거를 요구함. 수탁자가 다른 민간에 재위탁하는 것도(16-0131), 위임받은 하부행정기관이 민간에 위탁하는 것도(17-0092) 모두 부정되었음. 법제처는 「지방자치법」이 재위탁을 규정하지 아니한 것을 입법의 공백이 아니라 금지의 취지로 읽었음.
사무의 일부를 다른 기관이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실무의 주장에 대하여도 답이 제시되었음. 민간위탁은 해당 수탁자의 전문성을 전제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필요가 있다면 사무를 분할하여 별도로 민간위탁을 하면 된다는 것임. 재위탁이 아니라 위탁 범위의 조정으로 해결할 사항임.
대행도 근거를 요구받음(13-0417). 대행은 권한이 이전되지 아니하므로 금지 규정이 없으면 허용된다는 논리를 법제처는 배척하였음. 대행에서는 피대행자의 이름과 책임으로 업무가 처리되어 민간기관을 행정기관으로 오인할 수 있으므로 법령에 근거를 두는 것이라고 하였음. 계약서의 표제를 위탁에서 대행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근거의 문제가 해소되지 아니함.
한편 복수의 수탁기관 지정은 허용되었음(15-0730). 집행의 일관성과 책임 소재를 고려하면 하나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이를 제한하는 법령상 근거가 없고, 대상 사무가 단순사실행위에 해당하였기 때문임. 근거의 부재가 부정의 사유였던 앞의 사안들과 방향이 반대임.
실무의 확인 순서
정독한 13건의 이유에서 확인된 기준을 실무의 검토 순서로 놓으면 여섯 단계임 — ① 권한 주체를 변경하는 개별적·명시적 근거가 법률에 있는지 ② 사무 수행을 허용하는 규정이나 수탁 가능 규정을 근거로 오인하지 아니하였는지 ③ 재량적 판단이나 규제적 효과를 수반하는지 ④ 법률이 행정청만을 주체로 정한 절차가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지 ⑤ 법령이 설립주체와 운영주체를 동일하게 상정하고 있지 아니한지 ⑥ 이미 위임·위탁된 사무를 다시 옮기는 것은 아닌지임.
①과 ②는 조문을 확인하는 단계여서 문서만으로 판단할 수 있고, ③부터 ⑤까지는 사무의 내용을 분석하는 단계임. 대행을 검토하는 경우에도 같은 순서를 따라야 하므로, 위탁이 어려워 대행으로 전환한다는 접근은 첫 단계를 통과하지 못함.
해석의 폭이 받는 쪽이 누구인지에 따라 갈리는 점도 확인됨. 민간이 받는 경우에는 개별적이고 명시적인 근거를 요구하고 문언을 좁게 읽는 반면, 민간사업시행자가 주무관청에 맡긴 사안에서는 「최고도의 공공성을 가진 행정기관」이 수행한다는 점을 들어 범위를 넓게 보았음(09-0139). 근거를 요구하는 이유가 사인의 책임 부재에 있으므로 그 사정이 없는 위탁에서는 같은 엄격함이 요구되지 아니하는 것임.
본 연구소가 앞서 정리한 위탁·위임·대행의 구별(KIEM-REPO-2026-01)이 무엇에 해당하는지를 가리는 기준이라면, 이 보고서의 순서는 그것이 허용되는지를 가리는 기준임.
근거 · 법제처 법령해석례 08-0158(2008. 7. 2.)·09-0139(2009. 5. 22.)·09-0194(2009. 7. 3.)·09-0279(2009. 9. 28.)·11-0005(2011. 2. 17.)·13-0417(2013. 10. 25.)·15-0730(2015. 11. 24.)·16-0131(2016. 5. 20.)·16-0222(2016. 8. 1.)·17-0092(2017. 4. 20.)·17-0687(2018. 1. 16.)·23-0049(2023. 4. 14.)·24-0055(2024. 1. 26.) — 각 해석례 발췌본에서 확인한 범위이며 전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법령해석례에서 확인할 수 있음. 코퍼스 230건은 본 연구소가 검색 결과에서 중복과 오탐을 걸러 정리한 것임.
참고 문헌 · 홍정선, 「지방자치법상 민간위탁의 개념」, 지방자치법연구 13(4), 2013 / 신상민,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행정법적 고찰」, 법학논총 32, 2014 / 최윤영, 「지방자치단체 사무 민간위탁의 법적 근거」, 지방자치법연구 14(4), 2014 / 김용욱, 「행정조직 정립에 기초한 행정상 위임·위탁, 민간위탁, 내부위임, 대리, 대행 비교 연구」, 공법연구 47(4), 2019 — 정독한 개별 해석례를 분석한 문헌은 확인하지 못하여, 각 해석례에 관한 서술은 회신문과 이유의 문언에서 확인되는 범위로만 하였음.
인용 부분은 회신문과 이유에 있는 것을 옮긴 것이며, 표의 정리는 연구소가 정리한 것입니다.
이 글은 공개된 자료로 확인되는 법령해석례를 정리한 것입니다. 정독한 13건은 위탁의 한계가 다투어진 사안을 고른 것이므로 결론의 비율을 해석례 전반의 경향으로 읽을 수 없습니다. 법령해석은 법원의 판단과 달리 기속력을 가지지 아니하며, 회신 이후 관계 법령이 개정된 사안이 있으므로 현행 조문을 따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된 「지방자치법」 제104조는 2022. 1. 13. 시행 전부개정으로 제117조가 되었습니다.